7살 남아 육아일기 –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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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는 7살 남아로 만 4세까지 할머니 손에 길러졌다. 그런데 5살부터 문제가 발생되기 시작했고, 6살까지 3년을 꼬박 다닌 어린이집 원장선생님에게 전화가 오더니 우리 아이가 ADHD 같다며 약물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 글은 한 아이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이해해야 하며, 교사와 학부모의 올바른 커뮤니케이션 방향성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나와 같은 처지의 부모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한 마음으로 기록하는 일기이다.


7살 남아 육아일기 –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7살 남아 육아일기 - 유치원으로 가다

 

1. 권고라지만 내쫓겼던 어린이집

 

우리 아이는 3살부터 가정어린이집을 다녔다. 4살부터는 남자아이의 특성상 공간의 협소함(활동성 때문에) 등 다양한 한계를 느껴 규모가 큰 어린이집으로 옮기게 됐다. 즉 4살부터는 사립 어린이집 생활을 하게 됐다.

 

문제는 6살부터 시작됐다. 담임선생님에게 주1회 이상 전화가 오기 시작했는데 내용은 아이가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것이었고, 알림장으로 쓰이는 키즈노트앱으로도 아이가 본인을 무척이나 번거롭게 한다는 식의 뉘앙스가 가득한 내용의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새벽 아이가 크게 울며 깼는데 우리는 이런 일이 처음이라 도대체 왜 그러는지 묻자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이 내 장난감을 발로 다 부쉈어. 밟았어.” 그날 우리 식구는 모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다음날 우리는 놀란 마음에 담임선생님에게 그 날 새벽에 있던 일을 얘기했고, 어린아이의 말이니 100% 신뢰하지는 않지만 혹시라도 활동 시 아이가 놀이를 중단 해야 할 상황에서는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길 부탁드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지속적으로 담임에게 클레임을 들었고, 도리어 나에게 CCTV를 보여주겠다고 말하여 나는 실시간으로 아이가 활동하는 모습을 관찰하게 되었다.

 

아이는 무리에 섞이지 않은 채 혼자 놀고 있는 모습이었고. 선생님은 아이를 방임하고 있었으며 아이는 관심을 끌지 못하자 장난감 등을 무너뜨리며 다니기 시작했다. 아이가 무너뜨리는 장난감처럼 내 마음도 동시에 무너져 내렸다.

 

이 어린이집의 원장선생님은 아이가 ADHD 라며 약을 먹여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설사 우리아이가 ADHD 성향을 갖고 있다고 해도 저렇게 어린 아이에게 약을 먹여야 한다고 쉽게 말하는 인성이 너무나도 어이가 없었다.

 

더불어 담임은 교사가 2명 필요하며 유치원으로 옮기라고 말했다. 여태껏 한 명의 교사 체제로 잘 지내오던 아이인데 한 순간에 혼자서 감당 못하는 문제아로 낙인 찍힌 아이가 너무 안쓰럽고 빨리 알아차리지 못한 나에게는 죄책감이 쌓였다.

 

하지만 정신을 차려야만 했다. 나는 애엄마고, 아이는 불과 여섯 살이다.


2. 원장선생님과의 면담(ft. 새 유치원)

 

그 날 이후 유치원 여러군데를 돌았다. 오랜 고민 끝에 나는 아이에게 정숙한 분위기의 유치원이 맞지 않을 거라는 판단을 내렸다.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는 호기심 많고(또래 아이들보다 3배쯤), 고집 세고, 활동량이 과한 우리 아이. 새로운 환경, 새로운 기준, 분명한 규칙이 존재하지만 밝은 분위기의 기관. 그런 문화를 추구하는 원장선생님이라면 이 아이를 믿고 맡겨도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군데를 방문한 끝에 지금 아이가 다니는 곳의 유치원 원장 선생님을 만났다. 원장 선생님과의 이야기가 한 시간쯤 진행됐던 것 같다. 선생님은 무엇보다도 부모는 아이를 믿어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마치 어린아이를 보는 듯 에너지가 많은 원장선생님을 보니 마음이 끌렸다. 어차피 우리 아이도 언젠가 사회에 섞여야 한다. 상처받았지만 우리는 매번 다시 선택해야 한다. 이 곳이다.


3. 담임선생님과의 교감(주 1회 통화)

 

우리 아이는 7살에 기관을 옮긴데다 남자아이기도 했고, 특이사항이 있었기 때문에 감사하게도 선생님께서 주1회 적응상황에 대해 피드백의 형태로 나와 통화를 진행해 주셨다(심지어 별도로 부탁드리지 않았음에도 자발적으로).

 

몇 가지 굵직한 문제들은 이미 선생님과 공유를 마친 상태였다. 유치원은 늦은 저녁시간까지 회의도 잦고 준비할 행사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선생님께서는 거의 3개월간을 나와 통화했다. 아이의 예쁜 모습, 크고 작은 실수들을 이야기해 주셨고. 당연히 문제가 있었던 아이기에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객관적으로 말씀을 부탁드린다고 이야기했다.

 

결정의 시점은 우리 아이의 생일이었고, 아이는 놀라울 정도로 성장했지만 1년간을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기회를 잃어(수업 미참여, 방치) 단체생활 부분에서의 발달이 느렸다. 선생님과 나의 결론은 전문시설의 도움을 받아 보자는 것이었다. 선생님께서 유아교육 진흥원에서 지원하는 유아 상담 대상자 신청을 권유해 주셨다.


4. 유아교육진흥원 상담 선정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대상자에 선정될 수 있었다. 이것도 아이와 나의 복이라며 기뻐했지만, 그만큼 각오도 커야만 했다. 담임 선생님께서 빠르게 서류 부분 처리를 도와 주셔서 기관과 어렵지 않게 연결되어 문진표를 작성하고, 그 주에 방문까지 마치게 됐다.

 

약물 복용 없이 유치원과 가정, 센터에서의 놀이치료와 상담으로 아이가 부족한 부분을 바로잡아 나가기로 했다. 물론 이 결정은 전적으로 상담 선생님의 판단이었다. 아이의 문제 상황 이후 나는 회사를 그만뒀다. 아이에게만 매달린 것도 아니었지만 아이가 필요로 하는 시간에 곁에 있을 수 있었고, 훈육을 해야하는 상황에서도 할머니가 아닌 내가 있었다. 모든 규칙과 제지, 사소한 장난과 사랑을 비로소 제대로 줄 수 있었다. 아이는 달라졌다. 토요일부터는 본격적인 수업이 진행된다. 이제 모든 수업 진행 내용과 아이의 성장과정을 있는 그대로 담아보려 한다.

 

코로나 이후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더 힘들어졌다. 서로 다른 타인과의 정서적 교감이나 갈등상황의 기회를 잃은 아이들은 그만큼 사회적 발달도 더디다. 맞벌이를 해야만 하는 부부들은 누군가에게 아이를 맡기거나 오랜 시간 혼자 두어야 한다. 만약 우리 아이의 기질이 특별하다면 세심하고 전문적인 훈육과 사랑의 표현이 필요하다. 하지만 먹고사는 수단을 잃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육아, 돈, 무엇도 포기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사실상 최대의 피해자는 바로 아이들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방식을 모색해야 하기에, 오늘도 좋은 어른들과의 연대를 통해 아이와 함께 성장한다. 아이를 키우는 모든 부모들에게 응원의 말을 전한다. 우리 함께 힘내자구요  🙂

 

리얼 육아일기 시리즈

 

유아교육진흥원 첫 수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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